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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산책

Walking in the Rain
Korea 1994 14minColorDCP

감독

임순례 LIM Soon-rye

시놉시스

도시 변두리의 삼류영화관 매점 점원이면서 매표원인 강정자는 서른을 넘긴 미혼 여성이다. 오늘은 맞선 볼 남자가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 한산한 영화관에서 그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기다린다. 그런데 극장 앞을 한 사내가 지나가고 정자는 그를 무작정 뒤따라간다..

프로그램 노트

<우중산책>은 유학 후 귀국하여 만든 임순례 감독의 단편영화다. 당시로써는 드물게 35mm로 제작된 이 작품은 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서울단편영화제의 첫 번째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도시 변두리 삼류영화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우중산책>은 급격한 경제성장과 사회변화의 흐름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버린 인물과 공간에서 줄곧 시선을 떼지 못했던 임순례 영화 세계의 씨앗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우중산책>은 14분의 러닝타임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 짧은 시간 속에 중심인물인 두 남녀뿐 아니라 그 공간 속 모든 인물에게 고른 시선을 던지면서 90년대 삼류극장의 일상을 촘촘하게 새겨 넣고 있다. 그 묘사 방식이 하도 리얼해서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그 시공간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우중산책>은 두 남녀의 어색하고 서툰 만남의 순간을 서글프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인 것만큼이나 90년대 도시 변두리 극장이 품고 있는 풍속과 분위기를 온전하게 담아낸 민속지적 기록물이기도 하다.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세심하고 성실한 관찰의 태도가 그 빼어난 성취의 비결일 것이다. 영화 안에 담긴 에피소드는 작은 것들이지만, 한국 영화사 특히 90년대부터 본격화된 한국 독립 영화사 안에서 이 작품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변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