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탄생기부터 지금까지 문학의 영화화는 때로는 원작에 충실한 형태로, 때로는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때로는 그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형된 형태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원작의 발견’은 한 사람의 독자이자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의 감독이 자신의 색깔과 독창적 시각으로 창조한 영화와 그 원작의 관계에 대해 되짚어 보는 ‘영화와 문학’의 서브 섹션이다. 우선, 허우 샤오시엔이 <해상화>에서 19세기 중국 최초의 연재소설인 한자운의 『해상화열전』(1892)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이를 영화 언어로 형상화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한편, 프랑스 서간체 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며, 수차례 영화화되었던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1782)는 지구 반대편의 이재용 감독에 의해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로 다시 탄생했다. 드 라클로의 프랑스 상류층 사회의 계략과 배신의 인간상들은 이제 유교 사상이 지배하던 조선 시대에도, 은밀하지만 대담하게 자신들의 욕망을 분출했던 이들로 전치된다.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의 <백설공주>는 고대에서부터 전해지던 설화를 바탕으로 그림 형제에 의해 창작되고, 디즈니 풍 동화적 이미지로 우리의 유년 시절의 한 축을 구축했던 『백설공주』를 기존의 이미지로부터 완전히 탈피시키는 양상을 보여준다. 감독은 스위스 작가 로베르 발저에 의해 각색된 원작을 바탕으로, 실험적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각 영화의 상영은 각 원작의 변용에 대해 연구한 연구자들과의 토크를 동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