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영화계는 2015년을 폴 베키알리의 해로 명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동안 모두가 잊고 있던 노장 감독은 그다음 해, 오랜만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고, 그의 회고전이 유럽에서 개최되었다. 첫 영화 <더 스몰 드라마>(1961)를 시작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지 반세기를 지나 재평가되기까지 베키알리는 30편 이상의 장편과 더 많은 단편을 만들었고, 그의 누벨바그 동료들처럼 까이에 뒤 시네마의 지면 등에서 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노장 감독은 자신의 선배, 동료들과는 달리 평탄하지 않은 영화인으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는 힘든 환경에서 때로는 기복을 보이기도 했으나 가장 치열한 방식으로 저예산 독립영화 시스템을 고수했다. 또한 평론가로서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극단적인 시각조차 불사하는 외골수의 길을 걸었다. 올해 아흔을 넘긴 이 노장 감독은 아직도 영화를 만든다. 그런 그의 영화를 뒤늦게서야 접한 후세대들은 그가 흔히 다루는 매춘 종사자, 동성애자,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그의 시대를 앞선 편견 없는 시선과 형식적 제약을 창조의 원천으로 삼는 그의 영화적 실험의 현대성 앞에 놀라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