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프로그램    마스터즈 & 뉴커머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展

환상의 빛

Maborosi
Japan 1995 110minColorDCP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KORE-EDA Hirokazu

시놉시스

학창 시절 행방불명 된 할머니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유미코는 동네에서 함께 자란 이쿠와의 결혼 후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며 소소한 행복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었던 어느 날, 이쿠의 자살은 평화롭던 유미코의 일상을 산산조각 낸다. 세월이 흘러 무뎌진 상처를 안고 재혼하게 된 그녀는 문득문득 일상을 파고드는 이쿠의 기억으로 괴로워하는데…

프로그램 노트

<환상의 빛>은 빼어난 TV 다큐멘터리로 영화 경력을 시작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다. 취재 중 알게 된 어느 미망인의 이야기와 미야모토 데루의 동명 소설을 교직하여 만들었다고 하는 이 영화는, 또한 오즈 야스지로 영화 속 인물들이 허우샤오시엔 영화 속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환상의 빛>의 사건은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는 인물들의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경우가 그랬고, 어느 날 홀연히 집을 나서 자살해 버린 남편의 경우가 그랬다.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유미코의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환상의 빛>은 애도 불가능한 이 두 죽음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유미코가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에게 가족은 버려지거나 뒤에 남은 자에게 깊은 상실과 상처를 남기는 근원이지만, 동시에 그 상처를 견디고 버틸 힘을 주는 가능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단,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가족은 핏줄의 한계를 넘어 확장이 가능하다. 일종의 확대가족이라는 것은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영화적 상상력이자 새로운 가족 윤리다. 유미코가 재혼을 위해 찾아간 바닷가 마을에는 상실의 아픔에도 유머와 넉넉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이웃집 할머니가 살고 있다. 그 ‘불사신’ 할머니 덕에 그 마을은 일종의 고레에다식 확대가족이 된다. (변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