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도 없는 친구 디그난에게 신나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앤소니는 의사가 보고 있는 와중에 만성피로로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침대 시트로 줄을 만든 후 창문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디그난과 앤소니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이들은 항상 무엇인가 색다르고 화끈한 것을 찾아 헤맨다.
여기 세 얼간이가 있다. '평생 하루도 일한 적이 없는' 앤소니는 방금 막 병원에서 퇴원했다. '앤소니의 병원 탈출 (퇴원이 아닌)을 돕는' 디그난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강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친형에게 매일 먼지 나듯 맞고 지내는' 밥은 이 둘의 친구다. 결코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이는 이들이 함께 허술해보이지만, 자기들끼리는 치밀하고도 치밀하게 일을 꾸민다.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첫 번째 장편 영화로, 절친인 오웬 윌슨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한 작품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다즐링 주식회사> 등으로 확고하게 구축된 웨스 앤더슨 월드의 첫 시작 지점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가 인물을 대할 때 롱숏에서 클로즈업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든지, 우정에 대한 어떤 믿음, 그리고 캐릭터들이 강도임에도 샛노란색 낙하복 유니폼을 입는 것과 같은 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웨스 앤더슨의 어떤 집착 같은 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바틀 로켓> 속 캐릭터들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인물들은 웨스 앤더슨 월드에 놓이는 순간 특별한 매력을 부여받는 듯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바틀 로켓>을 본 당신은 첫 문장을 수정하고 싶을 것이다. 여기 세 얼간이가 아닌, 세 친구가 있다. 그것도 아주 귀엽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손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