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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피

Five and the Skin
France1982 95minColor DCP KP

감독

피에르 리시앙 Pierre RISSIENT

시놉시스

아무런 목적도 없이, 작가인 이반은 예전에 머물렀던 마닐라로 되돌아간다. 마닐라 거리를 배회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이반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와 그의 존재 이유를 찾아 헤맨다.

프로그램 노트

오랫동안 칸영화제 고문으로 일하며 마틴 스콜세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제인 캠피온 같은 ‘신인’ 감독의 영화를 소개했던 피에르 리시앙은 두 편의 연출작을 남겼다. 그 중 두 번째 영화인 <오가피>는 198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에서 소개되었고, 그가 세상을 떠나고 이틀 후 개막한 2018년 칸영화제 '칸 클래식'에서 4K로 복원되어 다시 상영되었다. 영화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 이반이 2년째 마닐라 곳곳을 배회하며 여자들을 만나는 모습을 담는다. 전통적인 서사나 편집 대신 이반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파편적으로 장면이 연결되고 컷이 삽입된다. 그 위로 이반의 독백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그에 따르면 “고독만이 나의 유일한 자유”다. 이반의 방랑기는 필연적으로 피식민의 역사를 지닌 이국의 거리를 활보하는 제국 출신 백인 남자의 오리엔탈리즘적인 방탕기일 수밖에 없다. 자의식 과잉인 이반의 독백이 쏟아지는 동안 그가 만난 여자들의 목소리는 아예 지워지거나 철저히 이반의 입장에서 재구성된(상상된) 형태로 가끔만 자리를 허락받을 뿐이다. 그런데 이반을 3인칭화하는 메타 화자의 목소리가 틈틈이 등장한다. 사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 것도 이반이 아닌 이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에 의해 이반은 다시 제3자로 대상화된다. 그렇게 영화는 (이반이 마닐라와 여자들에게 하던 방식 그대로) '고독한 방랑자'인 그를 대상화하면서, 그가 갖는 착취자로서의 위치와 맥락을 메타적으로 폭로한다. (김숙현, 서울아트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