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냥꾼이 얼어붙은 울창한 숲속에서 사냥용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그가 서서히 얼어 죽어 가고 있는 동안, 그가 사냥하던 곰이 서서히 다가와 그의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유희를 위해 사냥을 하고 희생양을 전리품으로 삼는 존재는 인간 외에 극소수 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자연에서 예외적이긴 하나 부상을 당한 약한 생명체에 대해 때때로 동물이 표현하는 측은지심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사냥꾼은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총구를 겨누었던 동물이 사실은 자신과 같은 체온을 가진 생명체라는 사실을 극한의 순간에 자각한다. 동물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인간은 동물에게서 인류애라 부르는 인간만의 숭고한 가치와 유사한 그 무엇을 목도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살기 위해 사냥을 하는 존재와 유희를 위해 생명을 뺏는 존재. 누가 과연 더 '인간적'인 것일까?
212
2021-10-24 [일]
14:00
관아극장
804
2021-10-30 [토]
11:00
CGV 강릉 7관